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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키퍼계의 지소연을 만든다’ 초·중·고·대 여자 GK 프로젝트

김동운 기자 | 기사입력 2021/07/21 [14:52]

‘골키퍼계의 지소연을 만든다’ 초·중·고·대 여자 GK 프로젝트

김동운 기자 | 입력 : 2021/07/21 [14:52]

이번 GK 프로젝트는 전국 각지의 골키퍼 유소녀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JM저널=김동운 기자] 지난 7월 9일 충주 탄금대에 인접한 탄금축구장. 전국 각지의 초·중·고 및 대학교 여자 골키퍼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날 오전 인근 숙소에 짐을 푼 선수들은 두 대의 버스에 나눠타고 숙소를 출발해 탄금축구장에 내렸다.

이들은 탄금축구장 A,B구장과 풋살장에 흩어져 골키퍼 훈련에 여념이 없었다.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 주전 골키퍼였던 신범철 강사가 이호진 강사와 함께 훈련을 진두지휘했다. 현직 여자축구부 감독과 코치들도 참여해 훈련을 보조했다.

이번 훈련에는 특별히 김일진 지도자도 강사로 참여했다. 신범철 강사와 김일진 강사는 김병지 초대 회장을 필두로 한 골키퍼 모임 ‘슈퍼세이브’의 전·현 회장이다.

이날 오전 훈련에서 초·중·고 선수들은 현대축구에서 중요시되는 골키퍼 빌드업, 대학 선수들은 골키퍼의 가장 중요한 기본기에 해당하는 세이빙 기술에 대해 집중 코치를 받았다.

훈련 첫날의 어색함도 잠시, 참가 선수들은 어느덧 또래들과 수다를 떨며 즐겁게 훈련을 받았다. 특히 국내에서는 전례를 찾기 힘든 골키퍼 전문 훈련이라 참가자들의 눈빛은 어느 때보다 반짝였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한국여자축구연맹의 김정선 사무국장은 “팀 훈련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는 여자 골키퍼 아이들이 같은 포지션의 친구들과 어울리는 모습을 보니 참 뿌듯하다”며 웃었다.

유소녀축구육성재단과 한국여자축구연맹이 함께 하는 ‘2021 초·중·고·대 GK 프로젝트’ 2차 캠프 현장이었다. 이미 1차 캠프가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같은 장소에서 진행됐으며, 2차 캠프는 9일부터 11일까지 열렸다.

초·중·고·대 GK 프로젝트는 골키퍼계의 지소연을 만들고자 올해 출범시킨 클리닉 프로그램이다. 프로와 국가대표팀 골키퍼로서 갖춰야 할 자질을 어릴 때부터 습득시킨다는 게 이 프로젝트의 목표다. 이를 통해 20대 중반에 유럽 무대에 진출한 지소연처럼 해외에서도 통하는 골키퍼를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2012년 여자연맹이 설립한 유소녀축구육성재단의 사업이다. 올해부터 향후 5년간 매달 정기적인 소집훈련과 대회 현장에서의 원포인트 레슨을 통해 여자 골키퍼들의 기량 향상을 도모한다.

특히 골키퍼 전문 지도자가 부족한 여자축구계에는 ‘가뭄의 단비’와도 같은 일이다. 아직까지 일선 여자축구팀에는 골키퍼를 전문적으로 가르칠 지도자가 부족한 상태다. 필드 출신 지도자가 골키퍼 훈련을 병행하는 경우가 많아 체계적인 훈련이 이뤄지기 어렵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자 골키퍼 선수들의 기량이 정체되고, 대표팀에서도 골키퍼 포지션의 세대교체가 더뎌지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여자연맹이 나섰다. 그동안 여자연맹은 유소녀 동계클리닉을 꾸준히 진행하며 선수들의 실력 향상과 인성 함양을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골키퍼 선수들을 위한 전문적인 교육은 없다시피 했다. 동계클리닉 프로그램 안에 골키퍼 클리닉이 포함돼 있기는 했지만 제한된 인원만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초·중·고·대 GK 프로젝트가 출범하면서 더 많은 선수들이 교육 받을 수 있는 기회의 문이 열렸다.

대형 골키퍼 육성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에 옮긴 데는 주강사로 참여하는 신범철 골키퍼 지도자의 공이 컸다.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 주전 골키퍼로 활약한 신범철 강사는 은퇴 후 인천유나이티드, FC서울, 수원삼성 등에서 코치로 활동했다. 그는 KFA 골키퍼 전임지도자로도 활동한 바 있으며, 현재 ‘슈퍼세이브’ 소속으로 다양한 재능기부 활동을 펼치고 있다.

신 강사는 KFA 전임지도자 시절 여자축구의 열악한 현실을 눈으로 직접 본 뒤부터 틈만 나면 재능기부 형식으로 유소녀 선수들을 가르치는 일을 해오고 있다. 그는 “KFA 전임지도자로 활동한 2010년대 초반에 여자축구 경기를 보러 간 적이 있는데 여자 골키퍼 아이는 팀 훈련 때 그냥 멍하니 서 있더라. 사실상 방치 상태였다. 그때부터 여자축구를 위해 뭔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초·중·고·대 GK 프로젝트는 자신이 건의한 내용이 현실로 이뤄진 것이라 남다르다. 신 강사는 전임지도자 시절 영국에서 열린 GK 컨퍼런스에 참석했을 때의 기억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고 했다. 그는 “(잉글랜드 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 세인트조지파크에 전 세계 골키퍼 지도자 및 관계자 500명이 모였다. 그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때 ‘우리도 이런 대규모 골키퍼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내가 5년 전 슈퍼세이브 회장을 맡을 때 여자연맹을 왕래하게 됐는데 그때 여자연맹 회장님께 순회 형식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씀 드렸다. 그때 나왔던 이야기가 올해 실현됐다”며 감격스러워 했다.

신 강사는 필자가 다녀간 9일에도 예정된 훈련 시간을 한참 넘길 때까지 열정적으로 선수들을 가르쳤다. 무엇을 가르쳐주고 싶길래 그렇게 열정적이냐고 묻자 그는 “선수들에게 최고의 목표는 프로와 국가대표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선수들은 프로와 국가대표팀에서 뭘 원하는지를 모른다. 어릴 때부터 교육을 받고 올라가야 하는데 교육할 사람도, 공간도 없다”면서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프로와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 필요한 기술과 마인드를 중점적으로 가르쳐주고 싶다”고 말했다.

끝으로 신 강사는 여자축구의 레전드 지소연을 언급하며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골키퍼계의 지소연을 배출하고 싶다. 앞으로 매달 교육을 진행한다면 분명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가 나올 것이라고 믿는다”고 힘줘 말했다.

한편 초·중·고·대 GK 프로젝트에 도움을 주고 있는 ‘슈퍼세이브’는 여자 골키퍼 선수들에게 골키퍼 장갑을 기증하기로 결정, 오는 28일부터 경남 창녕에서 열리는 여자축구선수권대회에서 기증식을 갖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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